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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던 맞은 그것 아들들이 되었다. 움직이기 문을배우 채시라가 국립정동극장이 고전 ‘심청’을 재해석한 ‘단심(單沈)’에서 무용수로 데뷔한다. 지난달 23일 만난 이 신인 무용수는 “어려운 숙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맛봤다”며 “다른 무용 장르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1980년대 중반 남학생들은 고독이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TV로 배웠다. “○○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는 초콜릿 광고를 떠올리면 청순한 그 소녀의 모습이 아스라이 재생된다. 모델은 열여섯 살 채시라. 그녀는 히트한 광고를 활주로 삼아 다른 세계로 이륙했다.
‘고교생 일기’(1985)를 시작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바다이야기 pc용
‘아들의 여자’를 거치며 연기력은 일취월장. 시청률 50%가 넘는 고공비행이었다. 채시라는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연기 대상을 20대에 2년 연속 받은 톱스타. 김희애·최진실과 함께 9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기억된다.
어느덧 배우 인생 40년. 프로 무용수로 데뷔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믿기지 않았다. 채시라는 고전 ‘심청’을 재해석한두산엔진주식시세
무용극 ‘단심(單沈)’에서 용궁 여왕으로 20회나 공연한다.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가 아니다. 지난달 23일 이 ‘신인 무용수’와 마주앉았다. 청바지 차림이었다.
채시라는 “설레고 조금 떨리지만 많이 기대되는 복잡한 심경”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어릴 적 꿈이 무용수였어요. 고1 때 찍은 그 광고로 인생이 확 바뀌며 배우가 됐지만 춤에 대릴게임동영상
한 동경은 계속 품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꿈을 이루는구나’ 싶고 신기했는데, 연습 1~2주 만에 발목이 아프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웃음).”
지난해 서울무용제에서 짧은 독무를 춘 적이 있다. 상업 무대로는 8일 개막한 ‘단심’(6월 28일까지 정동극장)이 데뷔작. 채시라는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며 브라보스탁
“대사 없이 춤과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배우면서 무용에 눈뜨고 있다”고 말했다.



1984년 가나초콜릿 광고


15분이 이렇게 길 줄이야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K컬처 시리즈 중 하나인 ‘홈쇼핑관련주
단심’은 땅과 바다를 오간다. 용궁 여왕은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만나는 용왕을 여성으로 바꾼 배역. 채시라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하고 있었다. “무용수로서 ‘그림’을 아주 잘 만들어요. 빠른 춤동작들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끈질기고 악착같아요.”(안무가 정혜진)
-무용수가 꿈이었다면서요.
“어릴 땐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어요. 대원여고 2학년 때 무용 선생님이 ‘너 1년만 한국무용하자. 그럼 대학 갈 수 있다!’ 하시는 겁니다. 수업 시간에 잘해서 눈에 들어왔나 봐요. 저는 얼굴과 이름이 이미 알려져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정한 상태였습니다.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았죠.”
-그렇게 접어두고 배우로 살았군요.
“데뷔한 뒤에도 인터뷰할 때 ‘무용수가 꿈이었다’는 얘기를 종종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의 여자’가 끝나갈 무렵, 광복 50주년 특집극 ‘최승희’(1995)를 하는데 무용가 최승희를 맡아달라는 거예요. 아, 꿈을 간접적으로 이룰 수 있겠구나. 김백봉 선생님께 17가지 춤을 배운 다음에 촬영했습니다. 시청자 호응도 커 뿌듯했어요.”
-딸은 한국무용을 전공한다고요?
“제 피가 거기로 간 거죠(웃음). 아버지의 꿈인 배우를 제가 대신 이룬 것처럼 내 딸이 엄마 꿈을 이뤄 주려나? 대학 4학년이에요. 저는 작년 11월 서울무용제 때 2분 20초 무대에 서려고 12일을 연습했습니다. 실제 무용수의 일상이 어떤지 맛본 셈이죠. 올해 ‘단심’을 준비하는 동안엔 프로 무용수들을 우러러보게 됐습니다. 저렇게 추기까지 얼마나 긴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까….”



2024년 11월 서울무용제에서 채시라의 춤사위 /서울무용제


-섭외는 누가 했나요.
“패션디자이너 겸 연출가 정구호 선생님이요.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등 작업을 여러 번 함께했는데, 지난 1월 ‘무용 신작을 하는데 출연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제안하셨어요. 당연히 OK 했죠.”
-고민 없이 바로 OK요?
“전체를 다 할까 말까만 고민했어요, 하하. 모두 50회거든요. 부상 위험도 있고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해 용궁 여왕은 두 무용수가 나눠 맡기로 했습니다. 제가 20회를 공연하는데 ‘연습 진도가 더디고 발목도 아프다’고 했더니 딸이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무용 선배가 뭐라고 했나요.
“엄마, 당연한 거야. 안 추던 사람이 갑자기 춤을 추는데 마음대로 안 될 수밖에. 무용수인 나한테 연기를 시키면 바로 되겠어?”
-명쾌하고 위로가 되네요.
“저는 될 때까지, 만족스러울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요. 빨리 잘하고 싶은데 안 돼 풀이 죽었을 때 안무가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무용은 계단 오르기와 같다고. 잘 안 느는 것 같은 정체기를 견뎌야 어느 순간 점프가 일어난다고.”
-혹시 몸이 뻣뻣한 거 아닙니까?
“아뇨. 유연하고 잘 늘어나는 편인데 ‘뻣뻣하다’는 의미가 다를 순 있어요.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무용수들이 오랫동안 해온 것과 제가 몇 개월 벼락치기로 익힌 것은 비교가 안 되잖아요. 춤동작들을 하나하나 소화하면서 부드럽게 연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이라면.
“무대에서는 제가 약 15분 동안 춤을 춥니다. 요즘 실감하고 있어요. 1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단심' 프레스콜에서 무용수로 데뷔한 배우 채시라가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작 초연작 '단심'은 심청전을 모티브로 심청의 내면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재해석했다. 정구호 연출가는 “심청은 다양한 장르와 해석 속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돼 온 인물이다. '단심'은 기존에 강조된 효의 일면을 넘어서 심청의 내면에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한다”고 했다. /국립정동극장


“인생은 크고 작은 도전의 연속”
목표가 100이라면 70~80쯤 와 있다고 했다. 채시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하는 소감을 묻자 “둘째를 낳고 얼마 안 돼 ‘천추태후’(2009)를 할 때는 말을 탄 채 활을 쐈고 굴러떨어져 골반에 금이 갔다. ‘해신’을 촬영할 땐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고 답했다. 크고 작은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뜻이다.
-용궁 여왕은 어떤 인물인가요.
“심청이는 엄마가 없잖아요. 그 결핍을 용궁 여왕이 채워줍니다. 모녀 관계를 닮아 둘이 추는 춤은 끈끈하고 감성적이에요. 용궁 여왕이 심청이를 뭍으로 올려 보내는 대목은 그래서 아름답고 슬프죠. 바닷속이라 무대는 환상적입니다. 간결하고 정제된 ‘정구호 스타일’을 보게 되실 거예요.”
-테크닉과 표현력 중 무게중심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환생해 아버지와 재회한다는 기존 이야기를 따르면서, ‘단심’은 심청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내면의 갈등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내면의 심청’이 등장한다는 게 특징이에요. 용궁 여왕은 춤 솜씨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에 저를 캐스팅한 이유는 표현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춤과 움직임에 감정을 싣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배우로 40년 살았는데 입이 근질거리진 않나요.
“전혀요. 그렇게 오래 했으니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 거예요.”



서울 중구 시청역 근처 정동극장에 붙어 있는 '단심' 포스터. 서울시무용단과 '일무'를 제작해 미국 뉴욕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정구호 연출과 정혜진 안무가는 '단심'을 외국인 관객에게도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연계해 '단심' 특별공연을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연기와 춤의 차이점과 공통점이라면.
“배우는 대사를 암기한 뒤 내 안에서 나오는 감정선을 표현합니다. 무용수는 모든 것을 신체로 해요. 수직적으로 또 수평적으로도 몸이 확장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게 춤입니다. 공통점이요? 멀리 가는 장면을 풀샷으로 찍을 때 어떤 배우들은 가다가 ‘이만하면 됐나’ 멈추고 돌아봐요. 저는 끝까지 갑니다. 컷을 외칠 때까지. ‘멈추지 말고 끝까지’는 연기나 춤이나 똑같더라고요.”
-무용은 편집할 수 없는 라이브인데 겁나지 않습니까.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점점 작아져요.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잘하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아까 70~80이라고 했잖아요? 0에서 출발한 거예요. 변변치 못했는데 지금은 용 됐죠, 하하.”
-안무가가 특별히 당부한 게 있나요.
“정혜진 안무가님은 ‘형태, 저중심, 이음새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미학적으로 완성된 폼을 만들어야 하고, 중력에 몸을 실어 밀고 다니면서 춤춰야 하고, 음악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막막할 것 같습니다.
“용궁 여왕을 나눠 맡는 무용수가 나래씨인데, 서로 가지지 않은 것을 동경해요. 어느 날엔 저한테 ‘손을 하나 뻗어도 어떤 분위기를 가져가실 수 있는 분이잖아요?’ 하는 겁니다. ‘나는 그런 거 말고 나래씨처럼 현란한 춤을 추고 싶다’고 대꾸했지요(웃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거겠죠? 그래서 알려주기도 하고 제가 붙잡고 물어봐요. 나래씨가 많이 도와줍니다.”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영숙(채시라)과 두 남자. 속마음을 숨긴 채 티격태격하는 남녀야 예나 지금이나 흔히 보는 캐릭터지만, 이 드라마처럼 진지하게 묘사한 작품은 드물었다. /MBC


배우 인생 40년 돌아보니
채시라도 추억의 초콜릿 광고를 유튜브로 가끔 본다고 했다. “당시엔 키도 크고 성숙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제가 다시 보면 되게 어려요. 클로즈업 화면 속 채시라가 너무 아기 같더라고요.”
-모든 것의 출발점이 그 광고였는데.
“먼저 찍은 몇 편의 CF와 비교하면 반향이 몇 천 배 컸어요. 서울 중곡동 언덕에 대원여고를 포함해 학교가 6개 있었습니다. 교문은 하나였고요. 제가 등교할 때마다 ‘가나 온다’며 휘파람을 불고 다들 내려다봤어요.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언덕이라 뛰기도 힘들고.”
-그래도 기분 좋았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왜들 저러나 싶다가도 온 세상이 저를 주목하는 기분.”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을 거치며 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특급 스타가 됐는데.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라는 말 있잖아요. 재능이 많아도 노력을 안 하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재능이 요만큼이라도 노력을 많이 하면 그게 더 극대화돼 마치 타고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나폴레옹의 명언도 좋아해요. 그런 근성이 큰 몫을 한 것 같아요.”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출세작인 ‘여명의 눈동자’ 때는 김종학이라는 거장이 계셨어요. 세 배우(채시라, 최재성, 박상원)가 감독님을 믿고 그 드라마에 올인했습니다. ‘서울의 달’은 ‘파일럿’에서 세련된 커리어우먼 역할을 한 다음이라 소박한 이미지에 끌렸어요. 매력적이지만 허황된 홍식이(한석규), 인간적이지만 촌스러운 춘섭이(최민식)에게 다 측은지심을 느꼈습니다. 칼 맞고 죽은 홍식이에게 ‘난 너의 진심을 알아. 넌 나쁜 놈 아니야’ 한 엔딩을 잊을 수 없어요.”
-실제론 어떤 남자를 좋아했나요.
“나만 바라보는 사람이 좋죠.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애정 표현 잘하고.”



2000년 가수 김태욱과 배우 채시라의 결혼식 /조인원 기자


채시라는 가수 김태욱과 결혼한 뒤 딸을 낳고 철저히 망가지는 드라마 ‘애정의 조건’(2004)으로 복귀했다. 그녀가 모욕을 당할수록 인기는 올라갔다.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결혼 후 애정의 유효 기간은 7년’이라고 말했는데.
“후회막급이네요, 10년이라고 할걸(웃음). 남편은 그런 거 가지곤 별말 안 해요. 경상도 남자거든요. 말 안 하면 괜찮은 거예요.”
-인수대비를 연기한 ‘왕과 비’ 등 사극부터 통속극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참 넓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고 하면 할수록 느는 것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잘하고 싶다면 관찰 많이 하고 진심을 다해 표현해야 합니다. 저는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래,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아, 저건 좀 아닌 것 같다’…. 연기나 무용이나 대충 하는 건 용납이 안 되고요.”
-작품이나 배역을 선택하는 기준은 뭐였나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했어요. 전작과 완전히 반대되거나 거리가 먼 배역을 골랐습니다. 저는 음식도 먹던 것보다는 맛이 있든 없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해요.”
-배우 인생 40년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운명이었다.”



채시라는 “오랜 꿈을 마침내 이뤘다”며 “춤과 움직임만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어려웠지만 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맛봤어요. 다른 장르의 무용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것이 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프로란 무엇인가?
지난 25년은 워킹맘으로 살았다. 이 배우에게 세상이 전부 다 준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출연작이 많지 않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가정에서는 어떤 아내, 어떤 어머니인가요.
“대부분 그럴 텐데 엄마 쪽에 더 치중해요. 남편보다는 아이들에게 신경이 가죠. 이제 거의 다 컸으니 또 달라지겠지만요.”
-배우는 이 작품 저 작품에 세 들어 사는 존재입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과 가장 괴롭힌 배역은 뭐였나요.
“애착이 가는 배역이 많은데 3개를 꼽는다면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이, ‘서울의 달’의 영숙이, ‘왕과 비’의 인수대비입니다. (잠시 궁리하다) 저를 가장 괴롭힌 배역은 여옥이였어요. 필리핀 정글에서 뒹굴었고 제작 기간도 길었고 어린 나이에 큰 배역을 맡아 힘들었습니다.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여옥이를 감당했기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명의 눈동자’에서 여옥(채시라)과 대치(최재성).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여명의 눈동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스케일이나 연출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MBC


-무용 연습처럼 불연속적 점프를 가능하게 한 배역이군요.
“네, 철조망을 사이에 둔 키스 장면은 영하 40도 하얼빈에서 촬영했습니다. 변변한 연애 경험도 없었지만 ‘내가 여옥이다’ 생각하면서 그 인물로 살았어요.”
-그동안 안 해본 역할이 없겠습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광고로만 해 봤는데 콧수염 붙이는 남장여자 역할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브룩 실즈가 주연한 영화 ‘사하라’, 케이트 블란쳇이 밥 딜런을 연기한 ‘아임 낫 데어’가 떠오릅니다. 데미 무어의 ‘서브스턴스’처럼 분장술로 외모를 확 바꾸고 싶고요.”
-이번 도전에 대한 가족 반응이라면.
“연습 때 찍은 영상을 딸에게 좀 봐달라고 하는데 ‘이 대목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 ‘화려한 동작이 더 들어가면 좋겠다’ 정도였어요. 아들은 고3이라 바쁘고 남편도 얼굴 보기 쉽지 않지요(웃음). 저희 가족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생활합니다.”
-무용수로서 새로운 활주로에 선 셈인데.
“드라마 ‘최승희’ 때는 신무용을 췄어요. 작년 서울무용제에선 한국 전통무용, 이번엔 한국 창작무용을 하는 중입니다. 무용 중 남은 장르는 발레와 현대무용인데 발레는 토슈즈가 난관이지만 현대무용은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채시라 연기론’을 쓴다면 목차 1번은 뭘까요.
“답하기 신중해지네요. 지금 떠오른 생각은 ‘백지화’예요. 내가 일단 텅 비어 있어야 그 인물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건 무용도 마찬가지예요.”
채시라는 TV에서 스스로를 ‘프로’라고 지칭한 최초의 여성이다. 1991년 의류 광고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일 ‘단심’ 첫 무대에 오르는 채시라는 그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까. “무엇을 하든 완벽을 향해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아름다운 프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