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를 닦고 있는 보살님들을 위해 난로에 불을 지펴 고구마를 굽고 있는데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사오십대로 보이는 띵띵한 남녀 한 쌍이 내린다.
둘은 부둥켜안고 법당으로 올라가는가싶더니 명부전 앞을 지나 마당으로 내려오며 다정함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지남철처럼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오랜 기간 다듬어진 촉으로 한눈에 불륜임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부부라면 관광지도 아닌 절에 와서 저렇게 애정표현을 하며 도량석을 돌지는 않기 때문이다.
좁은 마당을 한참서성이다 머쓱한지 내려갔고, 그리고 잠깐 있어 한 여자가 모자를 눌러쓰고 워킹자세로 나타났다.
눈인사도 없이 앞을 지나는 것으로 보아 사하촌에서 운동하러 올라온 것이 분명했다.
불 때는 난로 앞을 돌아 내려가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팽이마냥 나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기 시작한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공연히 내가 머쓱해 아궁이만 자꾸 드려다 봤다.
어지럽다고 불러 세워 뭐라 한마디 일러주려다 오늘은 황당한 일이 많은 날인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참았다.
얼마 전에는 절 오름길에서 애완견이 절개한테 물렸다고 치료비 내라는 전화가 왔다.
거참,,,물렸다니 물린 줄로 알고 와서 받아가라니까 그 절에 다시는 가기 싫다고 가지고 내려오란다.
그래서 사무장한테 십 만원을 쥐어 보낸다니까 예배시간이라고 조금 있다 오란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가 아니라 바로 개들의 일이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네눈박이 ‘법안이’는 완도로 내려갔다.
세상엔 황당한 일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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