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에 대한 내용으로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져 재미를 더해가던 24부작 드라마 ‘뿌리깊은나무’가 그 막을 내리려하고 있다.
드라마 내내 신미스님에 대한 언급이 있겠거니하고 기대했으나 결국 한계를 드러내고 끝을 맺는 것이다.
한글창제의 주역이 역사적으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조선의 건국이념에 있다하겠다.
그래서 모든 공은 임금에게 주어지고 실제주역인 신미스님에 대한자료는 세종사후 유생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 또한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타종교를 의식함 아닌가.
그들이 읽고 외우는 경전이 한글로 구성돼있고 그 한글이 스님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 면은 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실은 계속 묻혀가고야 만다.
한글 창시의 주역은 혜각존자 신미(信眉, 1405~1480)스님이다.
스님은 태종때에 영의정을 지낸 김훈의 아들로서 젊어서 과시에 급제하여 집현전의 학사가 되었으나 세속의 일에는 관심이 없어 머리를 깎고 출가하였다.
입산 전 유학 경전을 섭렵했으며 출가 후에는 대장경에 심취했고 한문은 물론 범어와 티베트어에도 능통했다.
드라마에서는 신숙주, 성삼문 등 집현전 소장학자들이 한글창제에 도움을 준 것으로 그리고 있으나 역사적으로나 활동적으로 그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세종대왕은 죽기 몇 달 전 신미대사를 침실로 불러 신하로서가 아닌 윗사람의 예로 스님을 대하고 있으며, 당시 스님이 머무르던 속리산 복천암 불사를 지원하고, 대사에게 ‘선교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쌍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禪敎都摠攝 密傳正法 悲智雙運 祐國利世 圓融無碍 慧覺尊者)’라는 긴 법호를 내렸다.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이롭게 했다는 우국이세(祐國利世)라는 극존칭과 당시 스님들 중에 유일하게 내려진 ‘존자’라는 명칭에서 신미스님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세조 또한 온천을 통한 치병을 핑계로 신미스님의 법주사복천암을 나들이하였는데 이때 소나무가 정이품 벼슬을 받게 되고 말티재 입구에는 지금도 대궐터가 남아있다.
신미스님의 부도탑은 복천암에 모셔져있고, 현 복천암주지 월성스님은 스님의 우국이세는 바로 한글창제였다는 것을 알리는데 선봉에 있다.
주지스님의 노력으로 신미스님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 넘쳐난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역사적 진실이 만 천하에 공표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훈민정음은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라는 극렬한 반대에도 인자하고 차분하니 대처하는 세종의 모습을 배우 한석규는 아주 잘 그리고 있다.
그를 통해 세종의 음성을 듣는다.
‘언로(言路)뿐 아니라 자로(字路)를 열자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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