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문(發願文)
영명연수(永明延壽, 904 ~ 975)선사
보리심은 발함이 없이 발하며 불도는 구함이 없이 구하고
묘용(妙用)은 행함이 없이 행하며 참된 지혜는 지음이 없이 짓는 것이니
대비심(悲)을 일으켜서 일체가 한 몸임을 깨닫고
대자심(慈)을 행하여서 깊이 무연(無緣)에 들어가나니
줄 것 없지만 보시를 행하고 가질 것 없지만 계(戒)를 구족하며
수행 정진하여 일으킬 바 없음을 요달하고 인욕을 익히되 상(傷)할 바 없음에 이르도다.
반야란 경계가 무생(無生)임을 깨달음이요 선정이란 마음이 무주(無住)임을 아는 것이니
무신(無身)임을 비추어 상(相)을 갖추고 무설(無說)임을 증득하여 언설(言說)을 펴도다.
수월도량을 건립하여 성품이 공한 세계를 장엄하고
환(幻)과 같은 공양구를 차려 그림자와 같은 여래께 공양함에
죄의 성품이 본래 공함을 참회하고 법신이 상주하기를 권청하여
마침내 얻을 바 없음에 회향하고 복덕이 진여와 같음을 기뻐하며
저(彼)와 내(我)가 허현(虛玄)함을 찬탄하고 능소(能所)가 평등하기를 발원하노라
영현(影現)의 법회에 예배함에
도를 행하되 허공을 포섭하고 분향함에 무생(無生)을 통달하고
경(經)을 읽되 깊이 실상을 통달하여 산화(散華)는 집착없음(無着)을 나타내고
탄지(彈指)는 번뇌제거를 표하였도다.
메아리와 같은 도문(度門)을 베풀고 공화(空華)와 같은 만행을 닦아 익혀
인연으로 나는 성품의 바다에 깊이 들어가서
항상 환(幻)과 같은 법(法)의 문에 노니노라
서원코 진로(塵勞)에 물듦이 없이 유심정토(唯心淨土)에 나기를 발원하노니
실제이지(實際理地)를 모두 거친 뒤 얻을 바 없는 관문(觀門)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그림자와 같은 마군을 항복받고 한바탕 꿈속의 불사를 지어
널리 환(幻)과 같은 함식(含識)을 제도하고
다함께 적멸보리(寂滅菩提)를 증득하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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