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밭고랑에 풀 한포기가 없다.
노파의 휴식은 매던 밭고랑에 기대앉아 앞산 바라보며 물 한 모금 마시는 게 전부다.
평창에 거주하는 토굴스님은 또 한가로이 그 곁 밭의 노파를 바라보는 게 일과다.
노파가 한번은 짧은 국내여행이라도 다녀오란 소리를 안 하는 아들며느리가 못내 서운하다고 스님한테 토로했었나보다.
노파는 팔순이 넘도록 그 많은 고랑을 누비며 혼자 김을 매야하는 상황에 불만은 없다.
언제부턴가 농사일이 자연스레 분업화되었고, 아들며느리는 심고거두며 농약 치는 또 다른 농사일에 바쁜 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엔 고추농사가 강원도만 대풍을 이뤄 목돈을 만졌다면서 모친을 봄에 벚꽃구경 한번 시켜드리지 못하는 리장댁네를 향해 스님도 같이 서운함을 내색 한다.
강원도 던지골,
꼬부랑노구를 이끌며 노파는 분명 올여름의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닷가를 꿈꾸고 있다.
호미 긁는 소리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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