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곳은 이 세상에 없는 곳이다.
가서 딛고 확인할 때 비로소 그곳은 존재하는 곳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봉정순례의 수확은 한계령이라는 미답의 코스섭렵과 중청에서의 비박이었다.
그 성취감으로 하산 내내 홀 웃음이 터졌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설악꼭대기에서 먹고 마시고 단잠을 자고 올 수 있을까.
그것도 맨땅에서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인드라 망을 역듯 범종소리가 설악의 봉봉을 감싸는 끝청의 저녁풍광을 볼 수 있을까.
큰 수확이었다.
등산에서 중요한 것은 오랜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 준비성이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팀워크가 깨지고 민폐로 이어져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산행의 보장은 장비로 말해야 한다.
이번 등정에서는 법산, 정천 두 거사님의 오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정천거사님은 끝판에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스타일 좀 구겼지만 두 분의 경험은 그대로 현실에 적용이 되어 모두를 든든하게 했고, 쥐가 났을 때의 대처와 저체온증 방지를 위한 조치 등등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하산 길에 나의 봉정순례가 몇 번인가를 꼽아보았다.
한참 수좌로 만행 다닐 때까지 해서 열 댓 번은 되나?
그러는데 정천거사님이 한번은 어느 노 보살님이 돌리는 ‘200회 봉정순례기념’ 타월을 얻은 적이 있다고 해서 세다가 말았다.
200회나 봉정에 올랐다니 참으로 부처님을 뵙겠다는 일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다.
금번 산행에서 미흡했던 점은 승평모인 덕운화님을 덜 살핀 것이다.
설악처음 길상화님만 신경 썼지 신랑거사가 동행한 덕운화님은 상대적으로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무릎관절의 쾌유를 빈다.
법수108순례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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